"어릴 때 바다가 보이는 마을 큰 산에

고래를 닮은 커다란 바위가 있었습니다.

바위는 살아있는 고래처럼 바다를 향해

몸을 움직이고 꼬리를 움직였습니다.

산 위에 있는 고래 한 마리가 바다로 가자면

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?..."


- 소설가 이순원의 힐링픽션 [고래바위] 중에서 -





박계희의 모래그림을 처음 본 후,

'바다로 간 고래바위 이야기'가 계속해서 맴돌았다.

그것은 모래가 탄생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.

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큰 돌덩어리가 산과 계곡을 구르고,

다시 물을 타고 이리저리 부딪치며 흘러가다

갈라져 큼지막한 자갈로 변한다.

또 다시 온갖 풍파를 온 몸으로 견디며 받아들인 자갈은

결국 산산이 부스러져 모래알이 되었다.

겉보기에 처음의 형체는 온데간데없지만,

모래색이 서로다른 이유는 처음의 바윗덩이 피부색을

고스란히 가져왔기 때문일 것이다.


글_ 김윤섭 (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, 미술사 박사)